며칠 전부터 조금 독특한 양식 디저트나 전채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집 근처 마트에서 멜론을 저렴하게 판매하기에 한 통을 구매해 와서, 예전부터 레시피북에서 보아두었던 '멜론스프'를 조리해보았습니다. 주로 차갑게 먹거나 따뜻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양식 요리인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시도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습니다.
조리 시간은 재료 준비를 포함하여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고, 난이도는 보통 수준으로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주재료로는 멜론과 함께 농도를 잡기 위한 전분(녹말), 그리고 단맛을 더할 설탕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 우유를 소량 첨가하는 레시피였습니다. 우유가 들어가는 요리이므로 혹시 관련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은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이번 요리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전분의 양 조절 실패였습니다. 가스레인지 불 위에서 냄비를 올리고 뭉근하게 끓여내는데, 전분의 호화 작용을 과소평가했습니다. 레시피에 적힌 정량보다 정말 미세하게 손대중으로 전분을 더 넣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스프가 아니라 찐득한 묵이나 풀 유사의 형태로 변해버렸습니다. 처음 요리를 배울 때 계량스푼을 쓰며 정확한 비율을 지키던 초심을 잃고 누적된 자취 연차만 믿고 대충 부었던 제 불찰입니다.
두 번째 실패 포인트는 설탕의 농도였습니다. 멜론 자체의 당도를 먼저 파악하지 않고 레시피대로 설탕을 들이부었더니, 단맛이 너무 강해져서 한 입 먹자마자 혀가 아릴 정도였습니다. 재료의 원상태를 먼저 파악하고 간을 보며 조절했어야 했는데 기본을 잊었습니다. 우유의 고소한 맛과 멜론의 향이 어우러져서 아주 부드럽고 은은한 스프가 되어야 했으나, 제가 만든 것은 그저 끈적하고 지나치게 단 괴식에 가까운 무언가가 되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에 기대를 품고 만든 한 그릇이었는데,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어서 소량만 맛보고 전부 폐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쓰린 경험이지만 요리에서 정확한 계량과 상태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만간 비율을 엄격히 계량하여 다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은 부디 저처럼 손대중으로 전분이나 설탕을 넣지 마시고, 저울과 계량스푼을 꼭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