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원칙주의밥상'입니다. 오랜만에 'review' 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
며칠 전, 대학 시절 동창이 저희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게 되었습니다. 번역 마감을 끝내고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음 날 아침에는 속이 편안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더군요. 고민 끝에 한식 죽 요리인 '잣죽'을 아침 손님상 메뉴로 정했습니다.
주재료는 쌀과 소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잣'입니다. 국산 잣은 동네 마트에서 100 g 한 봉지에 13,000 원 정도 주고 구매했습니다. 생각보다 재료비 지출이 컸지만, 손님에게 대접할 음식이라 좋은 것을 골랐습니다. 다만, 잣은 대표적인 견과류 알레르기 유발 식품(알러겐)이기 때문에, 조리 전에 친구에게 잣 알레르기가 없는지 반드시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은 손님상을 차릴 때 아주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난이도는 '보통'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막상 제대로 만들려면 꽤 까다로운 요리입니다. 불린 쌀을 갈아서 미음처럼 끓이다가, 마지막에 잣을 갈아 넣고 끓여내야 고소한 풍미가 살고 기름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번 조리 시간은 불리는 시간을 제외하고 약 40 분 정도 걸렸습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이번에 작은 실패를 겪었습니다. 바로 '간 조절'과 '소금을 넣는 타이밍' 때문이었습니다.
죽을 끓일 때의 기본 원칙은 소금 간을 미리 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금이 미리 들어가면 쌀의 전분이 삭아서 죽이 물처럼 묽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손님을 대접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했는지, 불 위에서 끓이고 있는 냄비에 소금을 반 작은술 정도 먼저 넣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 처음에는 되직하던 죽이 시간이 갈수록 힘없이 묽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 다행히 완전히 물처럼 변하기 전에 불을 끄고 식혀서 내놓았지만, 평소 제가 추구하던 묵직하고 부드러운 식감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 간 역시 제 입맛에는 조금 싱거웠으나, 다행히 친구는 아침에 자극적이지 않게 먹기 딱 좋다며 한 그릇을 비워주었습니다.
비록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역시 요리는 기본 원칙을 한순간이라도 소홀히 하면 결과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자취 7 년 차가 되어도 죽 끓이는 법은 늘 겸손하게 다루어야 하는 영역인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소금은 반드시 상에 따로 내어 각자 식성껏 쳐서 먹도록 해야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도 혹시 아침상에 잣죽을 올리실 일이 있다면, 소금은 꼭 마지막에 넣거나 따로 곁들이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레시피